원작자 권리와 2차적저작물 활용
지난 주말,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만화 <검정고무신>의 그림 작가 이우영 씨의 급작스러운 별세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우영 작가의 명복을 빕니다. <검정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만화 잡지 '소년챔프'에 연재된 작품입니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어린이 기영이, 청소년 기철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정감있게 묘사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지금도 케이블 티비에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등진 이유로 많은 이들이 <검정고무신>의 2차적 저작물 활용에 대한 분쟁으로 인한 극도의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꼽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2022년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캐릭터 대행사가 자신의 허락 없이 2차적저작물을 만들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캐릭터가 상당한 수정을 거쳐 원작과 달라졌으며, 당시의 계약 관행에 따라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모두 양도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정고무신>을 둘러싼 과거의 언론 보도를 쭉 살펴보았습니다. 사건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계약관계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일부 보도를 통해 이 작가와 출판사 측 사이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양도계약'이 주된 쟁점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과거 만연했던 매절계약으로 인해 불거지는 여타의 다른 저작권 분쟁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갈등입니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요?
출판계의 오래된 관행 '매절계약'
저작재산권은 보통은 기간을 한정해 놓고 그동안 '이용을 허락'하는 형태로 계약을 합니다. 유명한 소설이나 만화의 경우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출판사를 바꿔 다시 출간하는 때가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이 여전히 작가에게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저작재산권도 재산권의 일종이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대가를 받고 아예 넘겨버리는 양도 계약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앞으로의 판매량과 관계없이 작가에게 일정 금액을 일괄 지급한 후에 출판사가 영구적으로 저작재산권을 독점 양도받는 방식을 '매절계약'이라 일컫습니다. 출판계의 오랜 관행이죠. 특히 신인 작가들의 경우 작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와 출판사 양측 모두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방식이 계약이 흔히 채택되어왔습니다.
매절계약 그 자체는 거래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형태입니다. 신인 작가는 일단 자기 이름의 작품을 출간하는 일이 우선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판매량이 지극히 저조하다면 판매량에 따라 수익이 생기는 '인세계약' 보다는 일시에 목돈을 받는 매절계약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당사자 한쪽(주로 출판사)이 일방적으로 이런 형태를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작가들에게는 아예 데뷔의 기회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왔다는 데 있습니다.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수년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백희나 작가의 패소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이런 문제인식이 널리 퍼지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재산권의 일괄 양도의 경우에도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표준계약서와 표준약관을 수정했습니다. 그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까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게 2020년 1월 드러났습니다. 바로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태' 입니다. 창작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조항인 '수상작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해야 하며, 작가 개인 단편집에도 표제작으로 수록할 수 없다'라는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출판사는 같은 해 2월 4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가 된 조항을 수정하는 등의 개선책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하며 일단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콘텐츠IP 활용 계약은 꼼꼼한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창작자뿐만 아니라, IP를 활용해 공연이나 영화 등을 제작하고자 하는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전문가에 의해 다듬어진 합의가 필요합니다. 추후 분쟁이 불거진다면 작품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소송비용 등 직접적인 비용이 발생은 물론이고요.
콘텐츠 창작의 폭발 속에서 보다 안전한 비즈니스의 운영을 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콘텐츠IP의 활용을 둘러싸고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콘텐츠IP팀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계약 단계에서의 사전 예방부터 분쟁의 수습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2023. 3. 1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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